지구가 평평하다면, 그래서 온도, 기압, 해수면 등등이 균일하다면 이 세상에는 바람도 불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히 여러 기후요소(climate drivers)가 불균등하기 때문에 자연계는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자연계에 내재한 변동성)를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생리적으로 반응함을 떠올려 보세요).
지구시스템의 평형유지활동중 하나가 적도에 늘 부는 바람(무역풍)의 세기입니다. 무역풍은 강해졌다가 약해지기를 불규칙하게 반복하는데요, 무역풍이 유달리 강해지면 동태평양 바닷물이 서쪽으로 밀려나 그 빈자리를 바닷속 찬물이 채우게 됩니다. 이로 인해 동태평양은 온도가 낮은 웃목이 되고 동태평양에서부터 바닷물과 함께 밀려난 열이 흐르고 모인 서태평양은 뜨끈한 아랫목이 되는데 이 시기를 라니냐라 합니다 (이와 반대현상은 엘니뇨).
엘니뇨와 라니냐를 함께 일컫는 ENSO는 열대태평양상의 기후변동이지만 세계 여러 곳의 날씨에 두루 영향을 끼칩니다. 서태평양을 기준으로 볼 때 라니냐가 오면 평년보다 온도가 떨어지고 엘니뇨가 오면 평년온도보다 높아집니다 (지금까지 역대 무더위 기록은 엘니뇨 영향하에 있을 때 세워짐, 아래 그림은 엘니뇨 영향을 받은 겨울의 풍경).
엘니뇨/라니냐가 나랑 뭔 상관이냐?
호주 서부에는 동부에 비해 사람이 많이 살지 않습니다. 서(西)호주 최대도시인 퍼쓰(Perth)라 봐야 총인구 200만명 정도에 불과하니까요~
이 퍼쓰에서 북쪽으로 1400킬로미터 떨어진 필바라라는 지역에 최근 전대미문의 폭염이 몰아닥쳤습니다.
2022년 1월 중순, 역내 여러 곳의 최고기온은 섭씨 50도를 넘었는데요~ 비록 요즘(1월)이 남반구에서 한 여름이라고는 하나 섭씨 50도는 해양성 기후에 속하여 평소 무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이 지역의 평년평균을 무려 15도나 웃도는 파격입니다.
그런데 KIOST해양기후예측센터가 산출한 2021년 12월 전지구 해면수온 편차에 따르면, 호주 서해안 수온은 단지 평년수준이었거든요... 게다가 호주를 포함한 지구 여러 곳이 라니냐 영향 아래 있었으니 이 가동할 열기는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높지 않은 수온이 원인입니다. 수온이 높지 않으니 저기압이 형성되고 저기압이 형성되니 인근(뉴질랜드)고기압대 대기가 이동해오는 데, 이 바람은 평소보다 더 건조해진 호주대륙 한복판 사막지대를 지나며 극도로 건조해졌습니다.
호주서부 수은주가 섭씨50도선을 넘기게 된 사연
화산폭발은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 뿜어내지만
산업혁명 이후 화산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인류가 화석 연료를 태워서 발생시킨 배출량의 약 1%에 불과해서 지구온난화 가속요인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트랙터 등 농업기계화로 인한 농장 실직이 증가하던 1933년, 북미 한복판 대평원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청난 모래폭풍이 불어닥쳐 수많은 사람들(약 250만명)이 살기 위한 이주를 감행했는데 (이중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사람들을 배경으로 삼은 소설이 ‘분노의 포도’), 이처럼 환경변화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을 환경이민(ecomigration)이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이민은 ‘귀화’라고 함). 앞으로 기후위기가 몰고 올 후폭풍 중 하나가 대규모 이민사태인 데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환경이민 사태는 육지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요즘 지구상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하면 ‘이 모든 게 다 기후변화 탓이다’라고 하는 게 전세계적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수치모델에 대기중 온실가스 비중을 늘려서 시뮬레이션했을 때 기상재해가 증가했기 때문인데요... 수치모델이라 하는 것이 자연계를 있는 그대로 모사했다기 보다는 어느 정도 단순화시켰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즉 대기중 온실가스 비중이 늘지 않으면 기상재해가 줄어든다는 말인가? 라는 질문에 ‘물론 그렇다’라고 확답할 수는 없다는 뜻이죠~
기후의 변화와 기상재해의 증폭/빈발간 상관관계란 매우 어려운 질문이지만 어려울수록 상식선에서 접근해봅시다.
지구상에 떨어지는 태양열의 93%는 바다에 저장됩니다 (그래서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것은 바다라고 하는 것이죠)
따라서 ‘지구가 온난화되면 기상재해가 커지거나 잦아진다’는 명제는 ‘바다가 온난화되면 기상재해가 커지거나 잦아진다’로 바꿔 써 볼 수 있습니다.
바다가 온난해지면 증발하는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 더 많은 구름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 북미서안 폭염 사례